2026-09-08
![[법률돋보기]⑮ 법인 인감 찍었는데 1억 청구…‘근보증’의 함정](/_next/image?url=https%3A%2F%2Fd1tgonli21s4df.cloudfront.net%2Fupload%2Fboard%2Fbroadcast%2F20260908084651495.webp&w=3840&q=100)
“날인만으로 보증책임 확정되는 건 아니다”
불확정 채무라면 ‘최고액 특정’ 여부가 핵심
기업 간 건설·자재 거래에서 계약서에 법인 인감을 찍는 행위가 예상치 못한 거액의 보증채무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여러 차례에 걸쳐 발생하는 자재대금처럼 채무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거래라면 ‘근보증’에 해당할 수 있어 계약서상 보증 최고액이 적법하게 특정됐는지를 살펴야 한다.
실제 1억원대 레미콘 대금 소송에서도 대표자가 법인 인감을 직접 날인한 사실은 인정됐지만, 보증계약의 효력 요건을 충족했는지가 별도의 쟁점으로 다뤄졌다. 법원은 보증채무의 최고액이 계약서에 적법하게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강우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피고 측을 대리했다. 사건은 건설 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한 업체가 자재 대금을 받지 못하자 공급계약에 연대보증인으로 참여한 발주회사를 상대로 대금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청구액은 1억원을 넘는 규모였다.
당초 피고 측은 계약서에 찍힌 법인 인감이 위조됐다는 취지로 다퉜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실제 대표자가 해당 문서에 직접 날인한 사실이 증언과 녹음자료 등을 통해 인정되면서 단순한 위조 여부만으로는 사건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전 변호사는 실제 날인 여부와 보증계약의 효력은 별개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법인 대표가 직접 도장을 찍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계약이 법적으로 유효한 보증계약인지, 특히 근보증의 요건을 갖췄는지는 별도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민법상 근보증은 보증인이 장래 발생할 수 있는 불확정한 여러 채무에 보증하는 형태를 말한다. 계속적인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자재대금처럼 계약 당시 전체 채무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경우 민법 제428조의3에 따라 보증하는 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해야 한다. 최고액이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다면 보증계약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계약서에는 레미콘의 규격과 단가 등은 기재돼 있었지만, 전체 공급 물량이나 보증채무의 최고액은 명시돼 있지 않았다. 원고 측은 별도의 견적서에 기재된 금액 등을 근거로 보증 범위를 특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그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보증 의사가 표시된 실제 계약서에 최고액이 특정돼 있어야 하는데, 계약서에 첨부되지 않은 별도의 견적서만으로 보증 최고액이 정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전 변호사는 “계약서에 보증 최고액이 적혀 있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모든 보증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계약 당시 이미 채무가 확정돼 있었는지, 장래 발생할 불확정한 여러 채무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 등 구체적인 계약 내용과 거래관계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민법 제428조의2에 따라 보증 의사가 서면으로 명확하게 표시됐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단순히 회사의 인감이 찍혀 있다는 사실만으로 보증의사가 법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기업 입장에서는 거래 과정에서 법인 인감을 날인하기 전에 계약서의 보증 범위와 채무 규모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자재 공급처럼 거래가 반복되고 최종 대금이 계약 시점에 확정되지 않는 구조라면 근보증에 해당하는지, 최고액이 계약서에 명확하게 기재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전 변호사는 “법인 인감을 실제로 날인했다는 사실과 보증계약의 법적 효력이 인정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빈칸이 남아 있는 계약서나 보증 관련 서류에는 인감을 찍지 않는 것이 기본적인 예방책”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미 보증채무와 관련한 분쟁이나 소송이 발생했다면 단순히 도장을 누가 찍었는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계약서 원본과 보증 범위, 채무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예진 기자 yejin0311@inews24.com
[기사전문보기]
[법률돋보기]⑮ 법인 인감 찍었는데 1억 청구…‘근보증’의 함정 (바로가기)
방문상담예약접수
법률고민이 있다면 가까운 사무소에서 형사전문변호사와 상담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