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3
서울고법, '한국피자헛' 사건 판결로
가맹산업 구조적 투명성 문제 드러나
"본부, 신뢰 기반 경영 구축 우선해야"
서울고등법원은 이른바 '한국피자헛 사건'(2022나2024467)에서 가맹본부가 가맹점들로부터 걷은 차액가맹금이 부당이득이라며 반환을 명령했다. 단순한 금전 분쟁을 넘어 프랜차이즈 산업의 구조적 투명성 문제를 정면으로 드러낸 결정이라는 평가다. 이 판결을 기점으로 가맹본부는 단기 수익보다 법적 리스크 관리와 신뢰 기반 경영 체계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게 됐다.
"관행상 합의 있었다" 논리 원천 차단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원·부자재를 공급하면서 도매가격을 초과해 취하는 금액, 즉 납품 마진을 뜻한다. 본래 가맹본부는 품질 통일과 물류 효율화를 이유로 가맹점에 특정 공급 업체를 지정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마진을 취득하면 법적으로는 가맹금의 일종으로 간주된다.
이는 가맹사업법 시행령에 이미 구체적으로 정의돼 있다. 정보공개서에도 가맹점당 평균 차액가맹금 매출 대비 비율을 명시하는 게 규정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차액가맹금은 단순한 유통 마진이 아니라 계약상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가맹금"이라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가맹계약서에 관련 조항이 없고, 가맹점이 그 존재를 몰랐다면 명백한 부당이득이라는 것이다.
가맹본부는 오랜 기간 원·부자재 대금에 차액가맹금을 포함했다. 그러나 이를 정당화할 조항이나 개별 합의가 없다면 부당이득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정보공개서 기재만으로는 계약상 합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명시한 부분은 업계 전반에 큰 의미를 지닌다.
"오랜 거래 관행상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는 가맹본부 측 논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셈이기 때문이다. 가맹점의 분명한 인식이나 동의 없는 차액가맹금 수취는 더 이상 관행이 아닌 법 위반 행위가 됐다. 운송비·관리비 등으로 명목을 바꾸더라도 입증이 부족하면 차액가맹금으로 간주된다.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장
이번 판결은 프랜차이즈 산업에 구조적 경고를 던진다. 차액가맹금과 관련해 가맹본부가 유념해야 할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① 가맹계약서 명시 의무 강화 : 2024년 7월 3일 개정된 가맹사업법은 계약서 필수 기재 사항에 '공급가격 산정 방식'을 포함한다. 단순한 가격 공개를 넘어 마진 구조와 산출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란 의미다. 이를 기재하지 않거나 불투명하게 처리하면 부당이득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② 정보공개서만으로는 면책 불가 : 정보공개서 등록은 단지 행정 절차에 불과하다. 법원은 '정보공개서 제공이 가맹점의 동의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보공개서와 계약서 간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법원은 가맹본부 책임을 우선으로 판단할 것이다.
③ 관행·묵시적 동의 불인정 : 가맹점 측의 교섭력이 약한 점을 고려해 법원은 가맹본부 측의 '묵시적 합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가맹본부가 합법적 구조를 유지하려면 사전 고지·서면 동의·가격 공개의 3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가맹본부, 단기 수익보다 '신뢰' 앞세워야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향후 가맹본부의 영업·회계·법무 전 부문에 미칠 영향은 상당하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 대응책은 다음과 같다.
① 공급 계약의 전면 재점검 : 협력 업체와의 납품 계약 구조, 물류비 산정 방식, 마진율을 투명하게 재설계해야 한다. 불명확한 계약은 향후 소송에서 불리한 증거가 된다.
② 계약서와 정보공개서의 일치성 확보 : 두 문서 간 수치나 표현이 다르면 법원은 '고의 은폐'로 간주할 수 있다.
③ 회계 구조의 명확화 : 물류비·관리비·수수료 등 항목별 회계 코드를 분리하고 '공급가 일괄 처리' 관행을 없애야 한다.
④ 가맹점 사전 동의 절차 제도화 : 공급 단가 및 마진 근거를 문서화하고 가맹점의 서명 또는 전자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
⑤ 정보공개서의 정기적 갱신 : 실제 운영과 다른 정보공개서는 허위 기재로 간주될 수 있으므로 매년 갱신이 필수다.
이번 판결은 한국피자헛 하나의 브랜드에 국한되지 않는다. 외식, 뷰티, 교육, 서비스 등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산업이 동일한 가맹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다. 특히 가맹본부가 가맹 수수료 대신 납품 마진으로 수익을 내는 '물류 중심형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기준이 강화될 가능성도 높다. 차액가맹금이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았거나 가맹점에 고지되지 않았다면, 단순 민사 문제가 아니라 행정 제재와 과징금 부과 사유까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본질은 확장이 아니라 '신뢰'다. 가맹본부가 수익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가맹점과의 신뢰를 회복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이 마련된다. 그런 의미에서 '차액가맹금'은 단순한 재무 항목이 아니라 법적 리스크의 바로미터이자 브랜드 평판의 지표가 되고 있다. 수익의 구조보다 신뢰의 구조를 먼저 설계하는 것, 그것이 향후 프랜차이즈 산업이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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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적 합의' 종언…프랜차이즈 업계 뒤흔든 차액가맹금 판결 [대륜의 Biz law forum]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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