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6
보증금 반환 어려운데 "문제없다"고 속여
현실은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만 기소 벌금형
전문가 "공범 입증 어려워…중개사법 처벌 수위 높여야"
부산에서 전세사기 건물을 다수 중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인중개사들과 중개보조원들이 잇달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전세사기의 1차적인 원인을 제공한 이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은 벌금형만 이어지고 있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4단독 이범용 판사는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계사 A씨와 중개보조원 등 5명에게 벌금 200만~7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A씨 등은 수영구에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으로 활동하면서 한 오피스텔에 대해 건물의 가격만큼 담보가 있어 보증금 반환이 보장되지 않지만, 중개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숨겨 가계약을 유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임차인들이 계약 당일 이같은 사실에 대해 알게 되자 A씨 등은 "오피스텔 건물 매매가격이 80억원 이상 이어서 보증금 반환에 문제가 없다"고 재차 속인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해당 건물의 감정가는 48억~53억원에 불과했고, 그에 비해 근저당은 52억원에 달했다.
실제로 A씨 등이 중개한 오피스텔 임대인 B(40대)씨는 임차인 17명의 임대차 보증금 17억4500만원을 돌려주지 않았고, 이들로부터 집을 소개받은 임차인들은 하루아침에 전세사기 피해자가 됐다.
아울러 A씨 등은 155억원대 전세사기 C(40대)씨 일당과 180억원대 전세사기로 징역 15년이 확정된 D(50대·여)씨 사건의 건물들도 수십건 중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A씨 등은 "C씨의 아버지가 잘나가는 중소기업 대표라 안전하다" 또는 "여기 말고도 건물이 여러 개 더 있다. 선순위 대출은 모두 법인이 안고 있는 것이라 안전하다" 등의 말로 임차인들을 안심시킨 뒤 부동산 계약 체결을 유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임차인들은 이들을 고소하려고 했지만 2020~2023년 계약을 체결할 당시 공인중개사와 나눴던 대화 녹음이나 메시지 등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면서 고소하지 못하거나 고소했더라도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3월에도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3단독은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에 벌금 200만~5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도 D씨 사건 건물을 다수 중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개보조원이 공인중개사 명의로 건물을 중개한 혐의로만 기소돼 벌금형의 처벌만 받았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전세사기의 1차적인 원인을 제공한 공인중개사 등도 전세사기 공범으로 함께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법무법인 대륜 이승찬 변호사는 "대규모 전세사기의 범행 본질은 '사기'다. 따라서 공인중개사를 사기의 정범 내지 공범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사기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실상은 사기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매우 어렵다"면서 "이 때문에 다수의 전세사기 건물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또는 중개보조원들이 전세사기 공범으로 처벌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공인중개사법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을 제안했다.
동아대 강정규 부동산대학원장은 "소수이긴 하지만 일부 악덕 공인중개사 같은 경우 전세사기를 악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면서 "추후 (전세사기) 범죄를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공인중개사법의 처벌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유사한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공인중개사법에 세분화된 처벌 조항을 신설해 전세 사기와 관련된 경우 가중 처벌을 한다는 항목을 만드는 대안도 있다"고 말했다.
권태완 기자(kwon9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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